재해영향평가 협의 기준 5단계 절차 총정리, 산을 깍아서 아파트를 지어도 문제 없는 이유

요즘 부동산 시장이 난리도 아닙니다. 너도나도 아파트를 짓고 분양을 하고 매매를 하죠. 나만 뒤쳐지는 기분…

무튼 그런 아파트를 짓노라면 반드시 부지가 있어야 하고, 때로는 산이나 경사진 곳을 깎아서 아파트를 만들기도 합니다. 혹시 “저기 산을 저렇게 깎아서 아파트를 지어도 문제가 없는가?”라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런 물음에 해답을 주는 재해영향평가 절차를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실무자의 눈으로 본 재해영향평가, 이 글 하나면 사전검토부터 공사 중 점검까지 한 번에 정리됩니다.

1. 재해영향평가란 무엇인가요?

재해영향평가는 개발사업이 자연재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미리 조사하고, 그 대책을 마련하는 절차예요. 「자연재해대책법」 제2조에 근거한 법적 제도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산을 깎으면 빗물이 흘러갈 길이 바뀌잖아요? 원래 산에 스며들던 물이 갑자기 아파트 단지 쪽으로 쏟아질 수도 있고, 경사면이 무너질 수도 있어요.

재해영향평가 협의 사업장 임시침사지 점검 모습

그런데 여기서 용어를 하나 짚고 갈게요. 비슷하지만 다른 두 가지가 있거든요.

“재해영향성검토”는행정계획(도시계획 같은 큰 그림)을 세울 때 하는 거예요.
“재해영향평가”는 실제 개발사업(아파트 짓기, 도로 공사 등)의 허가 전에 하는 거고요.

이 둘을 합쳐서 “재해영향평가등의 협의”라고 부릅니다.

2. 어떤 개발사업이 재해영향평가 대상인가요?

부지면적 5,000㎡(약 1,500평) 이상이거나 길이 2km 이상인 개발사업이 대상이에요. 「자연재해대책법 시행령」 별표 1 기준입니다.

“5,000㎡면 얼마나 큰 거예요?” 이렇게 물어보실 수 있죠. 축구장 하나가 약 7,000㎡이니까, 축구장의 70% 정도 면적만 넘어도 재해영향평가를 받아야 해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있어요. 재해영향평가는 사업 규모에 따라 소규모 재해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일반), 그리고 아예 대상이 아닌 경우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행정안전부 「재해영향평가등의 협의 실무지침(2025)」에서 정리한 기준을 보면 이래요.

첫째, 소규모 재해영향평가.
부지면적 5,000㎡ 이상 ~ 5만㎡ 미만이거나, 길이 2km 이상 ~ 10km 미만인 개발사업이 해당돼요.
협의 기간은 30일이고, 심의위원회도 서면심의가 원칙이에요. 검토 항목 중 일부를 축소해서, 공학적 검토를 단순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보는 중소규모 아파트 단지나 소규모 공장 부지가 대부분 여기에 해당해요.

둘째, 재해영향평가(일반).
부지면적 5만㎡ 이상이거나, 길이 10km 이상인 대규모 개발사업이에요.
협의 기간이 45일로 더 길고, 심의위원회를 직접 소집해서 회의를 여는 게 원칙이에요. 대규모 택지개발, 산업단지 조성, 신도시 개발 같은 사업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셋째, 제외 대상.
부지면적 5,000㎡ 미만이고 길이 2km 미만이면 원칙적으로 재해영향평가 대상이 아니에요.
그리고 두 가지 특수한 경우도 제외됩니다. 재해복구사업(시행령 제6조 제1호)이 하나고, 부지 조성이 이미 끝났거나 시행 중인 지구에서 토지 형질 변경 없이 불투수층 면적도 늘지 않는 개발사업(같은 조 제2호)이 나머지 하나예요.

재해영향평가 기준 정리표

다만 예외도 있어요. 사업 부지 전체가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나 해일위험지구에 포함되면, 면적 기준에 상관없이 무조건 재해영향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저는 실제로 재해영향평가 업무를 수행할 때, 항상 헷갈렸던 게 바로 이 기준값들이에요.

소규모와 일반의 경계가 5만㎡인지, 길이는 10km인지, 개발행위 허가의 경우 용도지역별 규모 기준이 또 따로 있는지… 이런 것들을 몇 번이고 시행령 별표 1과 실무지침을 찾아보면서 익혔던 기억이 납니다.

지자체 특성마다 다르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근무했던 곳은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이 몇 개 없었기 때문에 5만㎡를 상회하는 경우도 몇 번 없었어요. 대부분이 소규모 재해영향평가 대상이었죠.

그러다 보니 일반 재해영향평가 기준값들이 잘 익혀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도시개발이 활발한 지역 구청이라면 아마 담당자가 이 숫자들을 달달 외우고 있겠죠.

담당자 입장에서 이 구분이 왜 중요하냐면,
민원인이 개발행위 허가를 신청했을 때 “이 건이 일반 재해영향평가 대상인지, 소규모인지, 아니면 면제인지”를 제일 먼저 판단해야 하거든요.

소규모면 서면심의 30일, 일반이면 소집회의 45일 –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 차이가 공사 일정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요.

이 판단을 잘못하면 나중에 전체 허가 절차가 흔들릴 수 있어서, 항상 시행령 별표 1을 펴놓고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는게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3. 사전검토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사업자가 재해영향평가 서류를 만들면, 먼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등 전문기관의 사전검토를 받아야 해요. 「자연재해대책법」 제4조 제4항에 따른 절차입니다.

그렇다면 왜 사전검토라는 단계가 필요할까요? 답은 의외로 간단해요.

서류가 엉망인 채로 행정안전부(혹은 위임받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올라가면 시간만 낭비되거든요. 빠진 자료는 없는지, 재해 분석이 제대로 됐는지를 전문기관이 먼저 걸러주는 거예요.

구청 실무 기준으로 절차를 순서대로 보면 이렇습니다.

1단계 – 사업자(또는 대행자)가 서류를 작성해요. 사업 목적, 배수처리계획도, 침수흔적도, 사면경사 현황도 같은 재해 관련 도면을 포함해야 해요. (시행령 제3조 제1항) 보통 사업자가 직접 작성하기보다는 방재관리대책대행자(용역사)에게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2단계 – 전문기관이 사전검토를 해요.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나 행정안전부장관이 설립한 전문기관에서 14일 이내에 검토 결과를 통보합니다. (시행령 제3조 제4항, 제5항)

3단계 – 구청이 상급기관에 협의를 요청해요. 「자연재해대책법 시행령」 제73조에 따르면, 시장·군수·구청장이 요청하는 재해영향평가 협의는 해당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위임되어 있어요. 다만 2개 이상 시·군·구에 걸친 사업이면 시·도지사에게, 전국 단위 사업이면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올라갑니다.

4단계 – 심의위원회를 열어 검토해요. 이 부분은 다음 장에서 자세히 설명할게요.

5단계 – 협의 결과를 통보해요. 일반 개발사업은 30일, 대규모 사업(5만㎡ 이상 또는 10km 이상)은 45일 이내에 결과가 나옵니다. (시행령 제4조)

재해영향평가 협의 절차 정리표

여기서 재밌는 게 있어요. 서류가 부실하면 어떻게 될까요?

담당자: “이 서류, 빠진 게 있네요. 30일 안에 보완해 주세요.”
용역사: “네, 보완하겠습니다.”
담당자: “보완해 왔는데… 중요한 내용이 또 빠졌네요.”

이렇게 보완 요청 후에도 중요 사항이 누락되면 아예 반려할 수 있어요.(시행령 제4조 제3항, 제4항) 회사에서 기안 올렸다가 “다시 써 와”하고 반려당하는 것과 비슷하죠.

2025년 상반기 정도부터 위 2단계인 전문기관 사전검토 과정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반려나 서류가 빠지는 사례는 거의 없어졌다고 볼 수 있어요. 그 전에는 사전검토가 권고 수준이었거든요. 그래서 용역사들이 발주처의 요청에 빨리 진행하고자 서류를 부실하게 갖춰오는 경우가 많았답니다.

4. 심의위원회에서는 무엇을 검토하나요?

수자원, 토목, 도시계획 등 분야별 전문가 5~10명이 모여서 재해 위험 요인과 저감대책을 전문적으로 심의해요. (시행령 제5조)

솔직한 이야기를 하나 할게요. 제가 처음 업무를 맡고 아무것도 모를 때, 재해영향평가 심의를 해야 한다고 들었을때 굉장히 부담이 됐었어요. 아무리 토목 기술직이라고 하더라도 사실 이런 업무는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근데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심의를 해주시는 전문가분들이 따로 있더라고요.

재해영향평가 심의위원들. 이분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토목, 방재, 안전 등의 일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에요. 교수님도 계시고, 용역사 분들도 계시죠. 시행령 제5조를 보면 부교수 이상, 박사학위 취득 후 2년 이상 경험, 기술사 자격 후 2년 이상 실무경험 등의 자격 기준이 있습니다.

이런 전문가분들의 심의 의견을 들어서, 요청이 들어온 건에 대해 그것이 합당한지 심의를 하게 됩니다. 오히려 저희 담당자는 그 심의 내용을 보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거죠.

“아, 이런 지형에서는 이런 재해 위험이 있구나”
“배수계획을 이렇게 잡아야 하는구나”

심의 의견서가 실무 교과서나 다름없었어요.

심의위원회에서 따져보는 항목은 크게 네 가지예요. (시행령 제5조 제5항)

첫째, 지형 여건 등 주변 환경에 따른 재해 위험 요인이에요.
둘째, 해당 사업으로 인근지역이나 시설에 미치는 재해 영향이에요.
셋째, 사업시행자가 제출한 재해저감계획이에요.
넷째, 행정안전부장관이 고시하는 중점 검토항목이에요.

많은 분이 “재해영향평가는 그냥 서류 한 장 내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전문가들이 도면 펼쳐놓고 하나하나 따지는 과정이에요. 감이 오시죠?

그리고 협의 서류 자체에도 꽤 많은 내용이 들어가야 해요. 「시행령」 제3조에 따르면 사업계획 전반, 배수처리계획도·침수흔적도·사면경사 현황도 같은 재해 검토 도면, 재해 예방 사항, 개발로 인한 재해 영향 예측 및 저감대책까지 전부 포함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아파트 짓겠습니다”가 아니라,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어디로 빠지고, 산사태 위험은 없는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막겠다”까지 다 내야 하는 거예요.

5. 승인 이후에도 관리는 계속됩니다 – 이행점검과 재협의

공사 시작부터 준공까지 계속 관리하고, 계획이 크게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해요.

“협의 통과했으니까 이제 마음대로 하면 되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큰일 납니다. 「자연재해대책법」 제6조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꽤 엄격한 관리를 받아요. 그리고 그 관리·감독의 일선이 바로 구청이에요.

먼저, 공사 시작 후 20일 이내에 협의 내용의 관리책임자를 지정해서 구청에 통보해야 하고,

이 관리책임자는 30일 이내에 행정안전부 교육까지 받아야 해요.(시행규칙 제1조의3)

협의 내용의 이행 상황을 기록한 관리대장도 현장에 비치하고,

매년 5월 31일까지 구청에 제출해야 합니다.

착공, 준공, 3개월 이상 공사 중지까지 전부 20일 이내 통보 대상이에요.

재해영향평가 현장 점검 모습

여기서 반전이에요. 구청이 준공검사를 할 때, 재해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확인하고 그 결과를 행정안전부에 통보합니다. (법 제6조의4 제3항) 이행을 안 하면? 조치 명령이 나오고, 그래도 안 하면 공사 중지 명령까지 나올 수 있어요. (법 제6조의5)

그리고 공사 도중에 계획이 크게 바뀌면 어떻게 될까요?

사업자: “옆 땅까지 사서 더 크게 짓자!”
담당자: “면적이 30% 넘게 늘었으니까 재해영향평가 재협의 받으셔야 해요.”
사업자: “아니, 협의 한 번 했는데 또요?”
담당자: “규모가 바뀌면 재해 영향도 달라지잖아요. 법에 정해진 겁니다.”

「시행령」 제6조의2에 따르면, 부지면적 30% 이상 증가, 부지 5만㎡ 이상 증가, 저류시설 용량 10% 이상 변경, 불투수층 면적 10% 이상 증가 등의 경우에 재협의를 받아야 해요.

대출받을 때 금액을 확 늘리면 은행에서 심사를 다시 받는 것과 비슷합니다. 협의를 한 번 통과하더라도 5년이 지나면 효력이 사라지기도 하고요. (시행령 제3조 제3항)

재해영향평가 현장 서류점검 실시 모습

구청 담당자 입장에서 이행 관리와 재협의는 솔직히 손이 많이 가는 업무예요. 하지만 이 절차를 생략하고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이 허가를 낸 구청에도 돌아올 수 있어요. 이 과정이 있기 때문에 재해영향평가가 형식적인 서류 놀음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시스템이 되는 거예요.

6. 마무리 – 현장에서 느낀 재해영향평가의 의미

저는 지자체 구청에서 토목 기술직으로 일하면서 재해영향평가 업무를 직접 담당했어요. 처음에는 기준값 외우는 것부터 힘들었고, 심의위원회가 뭔지도 잘 몰랐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러 이런 업무 저런 업무를 겪으면서 느낀건,

한번 재해가 터지면 복구 비용은 예방 비용의 수십 배가 들수가 있다.

그러니 사전 예방을 위해 이런 제도가 있고, 그런 제도 하나하나가 제대로 맞물려 들어갔을 때 원활한 사업이 진행되겠구나.

이런걸 점차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재해영향평가는 서류 통과로 끝나는 형식적 절차가 아니에요. 사전검토부터 심의, 협의, 이행 관리, 준공 점검까지 개발의 전 과정을 관통하는 안전 시스템이에요.

“산을 깎아서 아파트를 지어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재해영향평가를 제대로 받고, 그 내용을 현장에서 이행한다면 된다”인 거죠.

이 주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구청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답변드릴게요. 다음 글에서는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의 지정과 해제 기준에 대해 다룰 예정이에요. 내 집이 위험지구에 포함됐는지 확인하는 방법까지 알려드릴 테니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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